왜 하필 이태원일까요? 사실 이태원은 마을호텔의 발원지(?)나 다름 없답니다.

처음 작당모의를 할 당시 구성원 중 이태원에 살고 있던 사람이 많았어요. 그만큼 개개인이 동네에 생활하며 이태원이라는 동네에서 흡수한 문화적인 정체성이 지금의 마을호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그리고 몸소 겪은 이태원과 경리단길의 부흥과 부침은 공간을 운영하거나 기획을 하는데 큰 참고점이 되기도 했죠. '올드타운스쾃팅'의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인 비브라 음악회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점포가 비어가는 경리단길에서 시작되었어요. 빈 공간에서 음악을 통해 사람을 모으고, 다시 그 상가가 채워지는데 도움을 드리고 싶었다고 해요.

이태원의 현재를 생각한다.

이태원에서 우리는 재작년의 안타까운 참사를 떠올릴 수밖에 없어요. 참사의 원인과 후속 대책을 논외로 하더라도, 동네와 상권의 침체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었죠. 이를 위해 많은 시도들이 었었고, 최근에는 그래도 60-70퍼센트까지 회복되었다고는 해요. 하지만 이를 계기로 이태원이라는 동네를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다시 말해 '자생하고 있다곤 하지만, 이대로 괜찮을까?', '조금 더 올바른 방향으로 이태원을 바로 세울 순 없을까?'라는 생각에 가상의 스쾃팅을 해보기로 했어요.

과제1. 이태원의 헤리티지란 무엇인가.

이태원 본연의 문화, 헤리티지는 무엇일까요? 패션, 음식, 음악, 클럽 등 다양한 분야에서 느껴지는 '힙'함일까요? 하지만 이태원은 서울에서 힙하다는 동네, 예를 들어 홍대/합정이나 성수과는 약간 다른 결을 지닌 것 같아요. 오히려 동네에 어떤 장소는 힙하다기보단 촌스럽고 원색적이기도 해요. 그보다 이태원의 진정한 문화는 국가, 인종, 취향, 젠더(성적 지향) 등 온갖 것들이 뒤섞인 '잡스러움'에서 찾아야 할 것 같아요. 이러한 모든 생활 양식과 정신이 뒤섞인 거대한 '멜팅 팟'(melting pot)이랄까요? 적어도 이태원에서는 숨길 것이 없어요. 그 결과로서 동네가 '힙'해 보일 수는 있었겠죠.

과제2. 숨길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문화와 더불어, 우리는 재작년의 참사를 다시 생각해야 해요. 성대한 추모식을 열자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그것을 어떤 정치적인 이유로, 혹은 마음 아프다는 이유로 쉬쉬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아요. (그 사태를 가벼이 여기자는 뜻도 물론 아닙니다) 참사의 아픔이 동시대 사람들에게 주기적으로 상기될 수 있는 일상이 된다면, 우리는 그것을 오래도록 잊지 않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멕시코에서 죽음의 가치를 인정하며, 이런 정신을 고유의 문화로 계승한 '죽은 자의 날' 카니발이 참고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과제3. 커뮤니티를 복원한다.

이태원은 온갖 것들이 뒤섞인 만큼, 각자의 가치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모여 형성된 커뮤니티가 도시 공간으로 잘 형상화된 동네이기도 해요. 특정 국가나 지역의 사람들이 그들만의 문화지구를 만들고, 게이힐, 후커힐처럼 특정 문화를 대변하는 지역도 있죠. 해마다 차별과 혐오의 분위기가 조성됨에 따라 이러한 커뮤니티가 힘을 잃거나 음지로 숨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이태원의 문화 그 자체로서의 커뮤니티를 다시 복원할 필요가 있어요.

임직원 여러분, 이런 문제들을 과제 삼아 우리가 이 동네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봅시다.

서울에서 지역에 정착해 좋은 의미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반대로 우리가 이곳에서 경험한 것들을 서울에 돌려주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