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타운스쾃팅]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To. 목사장님 보세요.

2023. 11. 4.

🐈[올드타운스쾃팅] 1959년 호서극장의 기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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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펼쳐질 제2회 올드타운스쾃팅(OTS)을 맞아, 마을호텔은 OTS모드로 돌입했답니다. 앞으로의 뉴스레터에서는 고양이 이상이가 찾아낸 올드타운의 공간과, 그 곳에 담길 영화X음악X책 소식을 하나씩 들려드릴게요.

[To. 목사장님]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어제는 직조공장에서 영화를 봤습니다. 박송열 감독의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라는 영화였어요. 스쾃팅 웹사이트에서 영화 소개를 읽고,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예매를 했습니다.

(스쾃팅 웹사이트 내 영화 소개글)

소개글도 그렇지만, 제목이 마음에 듭니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다니. '여름엔~ 덥게, 겨울엔~ 춥게' 래퍼 키드밀리의 'FLEX'가 생각납니다. 누군가는 영화 내용이 플렉스와 정반대라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이들이, 자신의 처량함과 두려움을 직시하고, 영화화했다는 사실이 진정 플렉스라고 느껴집니다. 은은한 광기의 냄새가 난달까요. 그렇게, 낮에는 덥고-밤에는 추운 사람들의 플렉스를 즐기러 다녀왔습니다.

(이하 영화 모르는 사람의 영화 후기입니다.)

21세기 서울 메트로폴리스의 '빌라' 라는 주거 공간과 함께, 시각과 촉각이 겹치는 장면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조선시대 왕실 배경의 시대극이 보고 싶어.' ''폭풍의 언덕' 시기 영국 배경의 시대극이 보고 싶어' '80년대 뉴욕을 보고 싶어' 같은 기준으로 볼 것을 고릅니다. 목사장님도 알다시피, 저는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니까요. 제게 영화는 좋은 공간적 볼거리를 제공하는 매체로 충분합니다.

이 영화의 공간적 볼거리는 방 세개짜리 응암천변 3층 빌라입니다. 그 안에서 영태와 정희는 악수를 나눕니다. 껴안고 뽀뽀하는 대신 악수를 하고, 소주잔을 부딪히는 부부는 제 마음에 작은 혼란을 불러일으킵니다. 영화 볼 줄 모르는 저에게는, 영화 속 리얼리즘을 어디까지 현실로 받아들이면 좋을지 모르겠는 지점이 있습니다. 서울의 수많은 빌라와, 그 곳에 담긴 젊은 부부들의 삶을 일반화해버리는 오류를 범할까 걱정이 된달까요.

하지만 목사장님께 배운 바, 홍상수 영화의 인물들에 "세상에 저런 사람이 어디 있어?"하고 세모눈을 뜰 게 아니라, "세상엔 이런 모습, 저런 모습 참 다양하지. 한 사람 안에도 이런 모습, 저런 모습이 있어." 하는 마음으로 봐야 하는 거겠지요. 머리로는 알지만, 여전히 더 얘기를 나누고픈 부분입니다. (영화를 잘 모르지만 목사장님과 나누는 영화 얘기는 즐거우니 다행입니다.)

빌라와 부부에 더해, 작은 집을 돌아다니는 주인공 영태의 발걸음이 기억납니다. 영태가 걸을 때마다, 쩌억 쩌억 쩌억 발바닥과 방바닥이 만났다 떨어지며 내는 소리의 반복. 장기하의 싸구려커피 속 방바닥처럼, 영화가 더 많은 이들에게 플렉스 되기를 바라게 됩니다.

from. 박회장

광기의 색상은 보라

보통을 가장한 영화제

P.S.이번 영화제는 3년차라는 시간과 시네마다방이라는 든든한 파트너가 있어, 보다 안정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공간이 주는 힘이 3년차가 되며 줄어들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더군요. (이번 영화제는 다른 공간에서 하고 싶다며 땡깡을 부리던 스스로를 반성했습니다.) 마을호텔 모두가, 보다 나은 경험을 만들어가는 노력을 곳곳에서 하고 있음을 느낍니다. 눈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모두에서요. 영화의 사운드는 훌륭했고, 영화 시작 전 나오는 스쾃팅 트레일러와 파트너사 크레딧, 영화제 인트로 영상 모두가 이 곳에서의 경험을 보다 단단하게 느끼도록 해주었습니다. (우리.. 언제 이렇게 발전한거죠?)

오늘(11/4토)은 조치원이 공주를 먹으러(?) 오는 날이라고 들었습니다🙀 고봉수 감독이 조치원을 배경으로, 조치원 사람들과 찍은 영화 '빚가리'의 상영과 GV가 예정되어 있다구요. 술 상무는 제담당인데, 큰 힘이 되어주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입니다. 대신 좋은 술 드시라고.. 양조장 참새와꽃게에 술을 부탁해두었습니다. 건강 꼭 챙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