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번째 책입니다.

목사장님 보세요

2023. 7. 20.

마을호텔 이야기를 시작해요

to. 목사장

우리의 지금을 명명하는 일

지금 위치에서 일어나거나 앉거나 눕거나 돌아서는 등의 동작을 몸으로 결정해보세요. 수많은 몸의 가능성 안에서 무엇인가 결정되기까지 긴장감이 느껴지나요? 연기에서는 이와 같은 잠재태와 현실태 사이의 길항하는 힘, 어디로든 다음으로 갈 수 있는 선택의 순간에 경험되는 역동적인 가능성의 상태를 '사츠Sats'라고 명명합니다. (...)

Y | 일단, 사츠라는 말을 처음 접했을 때, 준비되고 고양된 에너지의 퀄러티를 사츠라고 '명명한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히 충격적이었다. (...) 훈련할 때 늘 사츠를 인식하려고 한다. 사츠의 두께를 인식해보고, 어떻게 운용할지 인식해본다. (...) 부동성 안에서 내 근육과 정신과 신경이 기민하게 준비되어 있고 어디로든 갈 수 있는 퀄리티로 채워지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것은 신체를 잠재적이고 숨겨져 있는 높은 갈등의 직전으로 위치시키는 걸 의미한다. (...) 인물의 사츠를 생각하면서 깨달은 것인데, 사츠란 중요한 것과 맞닥뜨릴 때 신체의 활성화 상태인 듯하다. 중요한 것과 마주하거나 그 안에 들어갔을 때 나의 신체 상태를 얼마나 잘 사용할 수 있는가. (...) 내게 뭔가를 요청하는 것과 맞닥뜨렸을 때 내 몸은 생명력을 높이는 일을 한다. 호르몬, 근육, 심리 상태를 조정하게 된다. 최적의 생명력을 갖고 있는 상태, 그것이 사츠가 아닐까.

K | 자칫 사츠가 중요한 순간, 극적인 순간에만 존재하거나 필요하다고 오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자크 코포가 '모든 움직임은 매 순간의 중립을 갖는다'고 이야기했던 것처럼, 무대 위의 모든 순간은 매 순간의 사츠를 갖는다고 봐야 하지 않나.

Y | 동의한다. (...) 나는 원형의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 모든 것의 출발점, 나의 기반. 그런 의미에서 사츠는 내게 원형, 정거장, 통로다. 그 원점에 대한 근육적, 신경적, 심리적 감각이 단단하고 정확하게 내 안에 위치해 있고, 그것이 내적이고 외적인 상태의 상관관계를 유기적으로 연결시켜주면 나는 나를 운용할 수 있게 된다.

훔친 책을 선물했습니다.

앞의 두 챕터를 읽고, 긴 잠에 들었던 다음날의 일이에요. 아주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잠재태와 현실태 사이의 길항하는 순간'에 서있습니다.

'사츠'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무한한 가능성입니다. 승강장에 들어서는 버스를 보고, 발딱 일어날 수도, 멍하니 지나 보낼 수도, 깜빡 졸다가 고개를 떨굴 수도 있는 상황을 그려봅니다. 아무것도 아닌,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아무것도 아닌 순간이 '사츠'라고 명명되고, 인식의 후광을 입었을 때, '역동적인 가능성의 상태'가 됩니다.

저는 아마도, 지금의 우리가 '사츠'라고 명명될 순간을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하고, 위로를 받은 모양입니다.

from. 박회장

P.S. 훔친 책을 사러, 교보문고에 다시 들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