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장님이 책을 한 권 추천해 주셨다. 제목은 알려주지 않으셨지만 책방에 올라가면 알아볼 수 있을거라 말씀하셨다. 궁금하기도 하고 마침 지배인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자리를 피하기 위해 책방으로 올라갔다. 나른하게 울리는 재즈와 책에서 나는 종이냄새가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것 같다. 책방을 둘러보다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했다.

유독 눈에 잘 띄는 책이었다. 오렌지 색 하드커버로 만들어진 책이다. (음..Pantone orange?) 비닐에 싸인 책은 빛을 반사해 더욱 빛났다.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다. 표지의 결을 따라 그린 입체적인 삼각형과 감각적인 사각형 디자인은 결국 지갑을 열게 만들었다. <디자이너의 일상과 실천>이라는 책이었다.

숙소 청소를 마치고 프론트 로비에서 독서를 해보기로 했다. (나에게는 독서가 일탈이다!) 왼손에 커피 한 잔, 오른손에 책을 집어 팔에 끼운채 안경을 고쳐쓴다. (그리고 거울 한 번 보고) 자리에 앉아 목차를 살펴보았다. 저자의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특이하게 제목의 가나다순으로 정리되어 이야기가 전개된다. 흥미로운 제목을 먼저 골라보기로 했다. 본능에 따라 34페이지 ‘꿈의 형태’ 에피소드를 먼저 읽었는데, 앞으로 이 책을 꾸준하게 볼 수 있게 된 탁월한 선택이었다.

‘비범한 친구들을 보며 평범함에 대한 열등감에 시달리곤 했다.’

우연히 접했던 이 문장은 나를 생각에 잠기게 했다. 나는 책을 읽으며 과거 내 모습을 회상할 때가 종종 있다. 평범한 열등감에 특별해지고 싶었던 나는 특이한 말과 행동을 일삼았다. '너 특이하다'라는 말을 특별함으로 착각했던 것이다. 평범함에 혼자 시달리던 나의 모습을 책을 통해 볼 수 있었고, 이 짧은 글을 통해 나는 나를 보듬어 주었다. 나도 이해할 수 없었던 과거의 나를 만났다. ‘그 때 그래서 그랬구나…’. 어렸다고 밖에 할 수 없었던 모습을 단 한 줄의 문장으로 설명할 수 있어 좋았다. 회의 때 이런 경험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얘기해 봐야겠다.

그런데 이 책이 추천하신 책 맞으려나….

어찌됐든 단 5분만의 독서로 나는 많은 것을 배웠고

또 많은 위로를 받았다.

쉼도 중요하지만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배움과 경험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 논산 연무읍에 있는 '꽃비원 홈 앤 키친'에 다녀왔습니다! 꽃비원 홈 앤 키친은 'Farm to Table'을 실천하며 대부분 직접 기른 채소와 과일로 만든 음식을 내어주는 양식당이에요.

과거 두부공장이었던 공간을 고쳐 사용하고, 최소한의 조명과 자연광으로만 내부를 비추고 있어요. 저는 이런 오래된 공간과 자연을 정말 좋아해요. 편안하고 왠지 정감이 가거든요.

공간을 둘러보며 기다리니 주문한 '제철 채소 피자'와 '채소 라구 파스타(비건)'가 나왔습니다. (참고로 픽업과 반납을 셀프로 해야하는 약간의 번거로움이 있어요) 큼직하고 신선한 채소가 듬뿍 올라가 토핑이 담백하고, 씹는 식감이 좋았던 피자(추천해요!)🍕 곡물이랑 토마토로 소스를 내 꾸덕한 질감이 느껴지고, 라구 맛이 진하게 났어요:) 그리고 먹고 바로 일어나는 느낌이 아니라 카페 같은 느낌이어서 (실제로도 커피나 음료도 판매한답니다.) 느긋하게 식사를 할 수 있었어요.

식사를 마치고, 사장님과 잠깐 대화도 나눴습니다. 재료는 되도록 직접 기른 채소를 사용하며 수확이 좋지 않으면 짧은 기간만 제공하고, 무리하지 않은 선에서 한다고 하시네요. 그리고 밭은 잡초가 가장 큰 일인데 그냥 놔뒀다가 어느 정도 자라면 베거나 뽑아내고, 파종을 할 때는 심는 주변만 깨끗히 정리한다고 해요. 그렇게만 해도 작물이 알아서 잘 자란다고 해요. 🌾 다음에 기화가 되면 텃밭도 견학 가보려고 합니다.

이런 지속 가능한 실천을 하는 분들을 존경하고, 응원합니다. 💪

배움과 경험으로 힐링이 된 하루였어요. 😌

다음에는 어떤 제철의 음식을 보여주실까요? 기대됩니다.

날이 더워 축축 늘어지는 여름에는 자연스레 신나는 음악을 찾게 됩니다. 여름마다 신나는 댄스곡이 유행하는게 그 이유겠지요. 저는 매년 여름쯤이면 찾는 음악이 있습니다. 바로 글렌체크의 ‘VIVID’라는 노래인데요, 신디사이저의 전자 베이스로 시작되다 드럼 소리가 얹혀지며 진행되는 ‘VIVID’라는 곡은 들을 때마다 기분을 업시켜주는 저만의 힐링 곡이기도 합니다. 곡 설명을 참고하니 '프렌치 하우스 비트와 밴드 사운드를 섞은 곡'이라고 하는데, 글쎄요... 저는 음악을 잘 모릅니다. 그저 제 귀에 좋은 걸요.

‘VIVID’라는 곡을 처음 접한 것은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5년에 방영된 <더 러버>라는 엠넷의 드라마였습니다. 2~30대 네 쌍의 동거커플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로, 꽤 높은 수위로 방통위 과징금 처분도 받았었습니다. 브금을 기가 막히게 골라내는 엠넷 드라마답게 상황에 맞는 인디곡들이 삽입되어 음악을 찾아듣는 재미도 쏠쏠했던 기억이 있던 드라마입니다. 그 중 ‘VIVID’는 매회 아니면 특정회차(기억이 가물가물..)의 엔딩곡이었는데, 듣자마자 꽂혀서 글렌체크 앨범 전 곡을 찾아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글렌체크는 코트류에 주로 사용하는 체크무늬 패턴의 일종입니다. 팀명을 왜 이렇게 지은걸까요?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현했을 때 단순히 어감이 좋아 사용했다고 합니다. 무심하기도 하고, 쿨한 그들의 모습을 잘 나타내주는 부분입니다. 글렌체크의 노래는 (제가 알고 있는 한) 모두 영어 가사로 되어 있고, 비교적 짧은 가사들이 반복됩니다. 처음 들으면 우리나라 가수가 맞는지, 이게 제대로된 노래인지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이것이 일렉트로닉 음악의 매력인 것 같습니다. (다시 한 번 밝히지만 저는 음악 잘 모릅니다)

글렌체크의 가장 유명한 곡은 ‘60’s Cardin’이라는 곡입니다. 글렌체크를 잘 몰라도 전주 정도는 한 번 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등 다양한 무대에서 2대 8 가르마를 한, 살짝 무섭게 생긴 ‘타이거디스코’의 율동인지 체조인지 모를 몸짓을 관객들이 따라하며 즐기는 장면을 보면, 사람 많은 곳을 좋아하지 않는 저도차도 ‘내년에 저 자리에 껴서 같이 즐기고 싶다’라는 충동이 들게 합니다. 정말 신나 보이거든요.

무더운 여름에는 하이볼 한 잔 말아 에어컨만큼 빵빵한 사운드로

글렌체크의 음악으로 기분 전환하는 게 저의 피서법 중 하나입니다.

from. 한지배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