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호텔 이야기를 시작해요

🐈 올드타운스쾃팅 - 궁월장 편 (1)

공주에서 90년대 홍콩을 그리다

2023. 8. 4.

마을호텔 이야기를 시작해요

마을호텔에 새 직원이 들어왔어요!

환영해주세요! 황PD 님이 마을호텔에 새롭게 합류했어요!👏👏👏 황PD는 마을호텔의 손님이었어요. 호텔을 거닐던 박회장을 우연히 만나 금새 친해졌죠. 황PD는 오자마자 목사장을 끌고 주변의 빈 공간을 보러다녀요. 그곳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나. 목사장은 황PD가 어쩌면 회장님의 전령이 아닐까 생각해요. 혹은 해이해진 직원들을 에게 긴장을 주기 위한 스파이거나... 참고로 음악을 공부한 황PD는 공연, 영상, 사진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는데 능숙해요.

앞으로 매주 금요일에 발행될 '올드타운스쾃팅' 뉴스레터에서는 원도심에서 만난 다양한 (버려진) 공간에 마을호텔 구성원의 취향(음악, 영화, 책 등등)을 버무린 이야기를 전해요. 예를 들어 버려진 직조공장이 영화관이 되고, 오래된 사료 가게가 화이트큐브가 되는 그런 이야기에요!

궁월장 편 (1) 목사장

관광도시로서의 공주에는 곳곳에 여관이 많다. 하지만 도시가 쇠퇴하고 숙박의 트렌드가 변화함에 따라 'OO장'은 하나 둘 문을 닫고 빈 건물로 남겨졌다. 놀랍게도 아직 운영 중인 어떤 여관의 입구에는 '93년 대전 EXPO 선정 우수숙박 업소' 인증이 붙어있다... 뉴트로의 열풍으로 장렬하게 부활한 꿈돌이처럼, 우리의 여관들로부터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돌아본 대부분의 여관들은 너무 오래 방치되었지만, '궁월장'의 상태는 훌륭했다. 오래된 궤종시계와 샹들리에(?)가 있는 계단을 올라가면, 옛날 교실에서나 볼법한 나무 신발장이 있다. 각 층으로 진입하는 아치형 입구에 진입하면 좁고 긴 복도가 나온다. 궁월장의 가장 큰 특징은 천장과 문, 각종 가구에 사용된 목재의 질감이다. 마치 영화 <남매의 여름밤>의 양옥집을 연상케하는 궁월장에서 오래되었지만 따뜻한 공간 분위기가 잘 보존되었다. 하지만 내가 이 영화에서 떠올린 이미지는 <화양연화>에서 양조위와 장만옥이 서로를 의식하며 좁은 통로를 스치는 장면이었다.

목 : 황피디님 혹시 <화양연화> 봤어요?

황 : 아, 안 그래도 예전에 사장님이 말씀하신 적이 있어서 봤어요. 확실히 제 취향은 아니에요.

단호하다. 그래, 나도 이제는 왕가위의 영화가 청춘을 대변한다던가, 언제 봐도 한없이 세련되고 스타일리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도 <화양연화>는 4K 리마스터로 재개봉도 하고 그랬다던데...

목 : 그렇죠...? 지금 보면 좀 지루할 수 있어요. 좀 촌스럽거나. 언제적 영화람.

황 : 네! 그래서 1.5배속으로 봤어요!

목 : (???)

뭐, 요즘 흔히들 어떻게 영화를 '15분 요약' 영상으로 본다곤 하지만 (나도 자주 본다) 1.5배속으로 감상이 가능할까? 사실 넷플릭스에 그런 기능이 있는 지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래도 2배속이 아닌게 어딘가. 모두가 뛰어다니는 요상한 영화가 될 것 같기는 하지만 나도 다음에 졸리면 그렇게 한번 봐야겠다. (그 이후로 자주 그랬는데 꽤 재밌다. 언젠가 밤에 잠이 안오면 0.5배속으로도 봐야겠다.)

아무튼 황PD도 이번 기회에 왕가위 영화의 이미지를 찾아보며, 우리가 본 장소로부터 자연스럽게 90년대의 홍콩이 떠오른다는 점에는 공감했다. 눅눅하고 혼란스럽지만 이상하게 따스한 분위기, 불안이 짙게 흐르면서도 이상하게 안온한 정서. 이런 것들은 이 공간이라면 충분히 재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