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타운스쾃팅] 공간은 오락이자 유희

To. 목사장님 보세요.

2023. 10. 2.

🐈[올드타운스쾃팅] 1959년 호서극장의 기지개

웹에서 보기

늦가을 펼쳐질 제2회 올드타운스쾃팅(OTS)을 맞아, 마을호텔은 OTS모드로 돌입했답니다. 앞으로의 뉴스레터에서는 고양이 이상이가 찾아낸 올드타운의 공간과, 그 곳에 담길 영화X음악X책 소식을 하나씩 들려드릴게요.

[To. 목사장님] 공간은 오락이자 유희

이상한 책나라 속 공간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여덟 작가의 여섯 방. 공간을 상상하는 일은 제게 가장 즐거운 유희란 생각을 종종 합니다. 업에서 살짝 벗어나,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공간을 융통하는 일. 이렇게 건축은 제 업이었다가, 수단이 되었다, 왔다-갔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간극을 받아드리는 개인의 자세는, 보다 오락적이어야 한다고 무심결에 깨닫곤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저는 오락을 잘 모르는 사람. 목사장님도 마찬가지죠. 우리는 우리의 취향을 '오락적으로' 만들고자 떠들기 시작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긴 시간 오락을 모르는 사람으로 살아보니, 오락도 모르고 사는 애들의 모습을 재밌어하는 주변의 얘기에 자신감을 조금 얻었던 것 같아요. '취향'이라는 말로 포장하긴 했지만, 우리에게 공간과 책은 분명 '아주 사적인 오락娛樂'이었습니다.

게임은 훔친 책 맞추기로 시작되었고, 이제는 훔친 공간 맞추기로 종목을 변경합니다. 목사장님이 훔친 공간에, 목사장님이 초대한 작가들의 1)큐레이팅 도서 목록과 2)쉼에 관한 문답을 힌트 삼아, 공간을 장소로 꼬깃꼬깃 펼쳐봅니다. 여기는 단서를 가지고 형상을 찾는 저의 오락과, 형상을 가지고 단서를 찾는 방문객의 오락이 뒤엉켜 있습니다. 형상과 더불어, 가장 큰 단서는 작가들의 책 목록입니다.

처음엔 작가들이 좋아할만한 공간 만들기로 접근했지만, (이 부분은 작가들에게 보낸 목사장의 쉼 문답에도 꽤 노골적으로 드러납니다ㅎ) 곧 마음을 바꿨습니다. 저도 작가도 관객도, 직유는 심심하게 여기는 사람들 아닐까 싶어졌거든요. 마음대로 힌트를 가지고 공간을 그렸습니다. 책 목록이 주인인 공간입니다.

책과 건축이라는 두 번의 은유를 거쳐, 공간으로 태어난 작가의 쉼은 어떤 모습일까요? 예상 밖의 모습이 작가에게도, 관객에게도 즐거움으로 다가갔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저와 목사장님에게도 마찬가지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