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조장에 이어 박 회장님을 뽈뽈뽈 따라 대문을 나섰더니 바로 앞에 커다란 ‘문. 광. 사. 학. 생. 백. 화. 점’이 두둥! 하고 버티고 서 있었다.

도대체 ‘학생 백화점’이 무엇인지,

또 왜 사람들은 여기를 ‘호서극장’이라고 하는지 의문 투성이었다.

하지만 물음표 살인마인 ‘나’, 궁금증 가득한 입을 꾹 다문채 어둠 속으로 사람들을 따라갔다. 비가 샜는지 바닥에 물 웅덩이가 창조되어 있고, 천장과 벽이 뜯겨 나와 있고, 우린 마치 뿌연 먼지 속으로 사라질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지난호에서 목사장은 김홍정 작가의 『호서극장』을 언급했다. 이렇게 목사장이 언급하는 예시들은 대게 들어본 적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 목사장님은 나와 관심 분야가 정말 다른 듯하다.) 

그래서 매번 검색을 해서 알아내는데, 마침 공주에서 나고 자라서 기억 속 공주 시내를 바탕으로 쓴 소설인 『호서극장』의 작가 김홍정처럼 오랜만에 공주를 방문하여 옛 기억과 당시를 비교한 공주인의 글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 호서극장 구석에는 늘 껌 씹는 소위 ‘엉니’ 또는 ‘엉아’들이 소액 투자자들을 모객 하는 행위가 늘상 있었다고 한다. 알고 보니 더욱 더 무시무시한 ‘호서극장’이다. 현재 호서극장 앞에는 만화 『검정고무신』에서 보던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졸업사진이 붙어있다.

한 때 ‘의정부 졸업사진’이 히트를 쳤었는데 복고풍의 세련된 느낌의 사진을 찍는 DNA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혈관을 타고 흐른다는 걸 이 사진이 보여주는 듯하다. (위의 영상 마지막 흑백사진 참고) 멋부리는 학생들이 영화를 보고, 무대에서 공연하며 동시에 관람했던.. 그 추억의 공간이 1959년부터 지금까지 ‘호서극장’에 잠들어있다.

이 극장에 들어갔을 때부터 그 ‘열정 스피릿’이 느껴졌다.  텅 빈 공간에 울려 퍼지는 허한 소리가 당시의 열렬한 박수 소리와 열 띈 응원의 함성소리로 들린다. 다시 마주할 이 공간에서는 어떤 ‘스피릿’이 채워질 수 있을까?